식문화 아카이브
한식이 우리 식문화의 중심에서 탄탄하게 숨쉬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펼쳐온 활동의 결과물들을 공유합니다.
통영 식문화의 근거
삼도수군통제영
통영 식문화의 근거삼도수군통제영Three state naval forces Tongjaeyeong통영의 식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통제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제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준말로 경상, 전라, 충청의 수군을 지휘·총괄하던 본영을 일컫는다. 지금으로 치면 해군본부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다. 최초의 통제영은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로 제수된 이순신 장군의 한산 진영이다. 이후 1604년(선조 37년) 제 6대 통제사인 이경준이 두룡포(현 통영시 중앙동)로 본영을 옮기면서 본격적인 통영 통제영 시대가 막을 열었다.삼도 해운의 요지이자 물류의 중심이었던 통제영은 오늘날 통영 문화∙예술의 근간이 되었으며, 지금의 ‘통영’이라는 이름 또한 여기에서 비롯했다. 특히 많은 병력과 전선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활발한 유통이 이루어진 만큼 식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통영의 질 좋은 식재료와 통제영을 통한 서울의 고급 요리법이 자연스레 만나면서 더욱 다양하고 진화한 식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 여기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외래 문물을 접하고, 해방 후에도 남해 수산업의 중심지로 호황을 누리면서 통영만의 식문화는 계속 발전할 수 있었다.
연구
지역 식문화 연구가
이상희
지역 식문화 연구가이상희Local Food Culture Researcher통영의 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삼도수군통제영입니다.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지요?20여 년 동안 통영 음식을 연구하며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한 가지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도해를 품은 지리적 위치, 삼도수군통제영을 통한 고급문화의 유입,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녹아든 외래 문화 등이 뒤섞이고 교류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꽃피웠으리라 짐작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시절 음식, 계절 음식을 뛰어넘어 거의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월마다 바뀌는 음식을 먹을 만큼 풍부한 통영의 식재료가 삼도수군통제영을 통해 보다 고급화된 조리법과 만나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풍부한 자원에 ‘부’가 더해지니 더 맛있게 더 새롭게 먹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졌을 테고요.1월(방풍탕평채) / 2월(해조류, 비빔떡, 털게찜, 개조개 유곽) / 3월(쑥시루떡, 해삼탕, 병아리국) / 4월(쑥, 햇미나리, 어린 도미를 이용한 상사리국, 볼락) / 5월(매화를 이용한 매실주) / 6월(개장국, 삼복팥죽) / 7월(호박전, 박나물) / 8월(나물비빔밥) / 9월(국화전, 인절미) / 10월(팥시루떡) / 11월(팥죽) / 12월(대구, 물메기)하긴 생선 한 마리조차 허투루 조리하는 법이 없더라고요. 수산물 집산지이니 신선도는 의심할 필요가 없지요. 당연히 구워서 살짝 소금간만 해도 맛있고요. 한데 통영 생선구이는 여기에 ‘향’을 입히는 게 이색적입니다. 간장과 설탕을 기본으로 한 양념을 곁들이는 식인데, 바삭하게 구운 생선 위에 올린 자작한 간장 양념은 통영이 근대 문화를 얼마나 앞서 받아들였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1914년 마산만 해도 간장 공장이 한 곳뿐이었는데, 통영에는 세 곳이나 있었습니다. 무역의 요충지였던 만큼 새로운 문물을 빨리 받아들여 ‘현지화’시킨 겁니다. 게다가 생선구이라고 해서 한 종류만 올리지도 않습니다. 멸치와 볼락, 고등어와 갈치 등 그때그때 여러 종류의 생선이 나는데 단단한 살, 물렁한 살, 달콤한 살, 고소한 살 등 다양한 식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장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신선한 재료에 통영만의 조리 문화가 더해진 거군요. 통영 약과, 통영 도미찜, 통영 유과까지 같은 음식에도 통영만의 지역색이 확실히 드러나는데 그 안에 자연환경과 문화가 모두 융합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도미찜만 해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조리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흔히 도미찜 하면 생선을 다듬고 거기에 고명을 얹어 내는 게 보통인데 통영식은 손이 많이 갑니다. 도미 등을 갈라 내장을 빼내고 살을 발라 육고기와 갖은 채소를 섞어 소를 만든 후 등에 이 소를 넣어 찌지요. 여기에 오방색 고명으로 화려함을 더하면 비로소 통영식 도미찜이 완성됩니다. 통영 약과도 그렇습니다. 흔히 약과는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넣어 반죽한 뒤 튀겨내는 게 보통인데, 통영에서는 독특하게 생쌀을 볶아 빻은 가루에 소금과 후춧가루, 계피 가루를 더해 반죽하고 기름에 튀긴 다음 꿀을 묻힙니다. 비단 바다뿐 아닙니다. 고구마부터 시금치까지 통영은 흙도 남다른데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될까요?통영은 김장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동지가 지나서야 담그고, 김장을 아예 담그지 않는 집도 많지요. 기록에 따르면 하우스 농업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겨울에도 푸른 채소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하니까요. 기온이 온화하고 흙이 산성화되지 않아 채소 역시 영양을 가득 담은 것은 물론 맛도 우수합니다. 유독 많은 조리 단계를 거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지요. 채취해서 바로 즐기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긴다고 할까요? 원재료의 맛을 즐기는 단출한 음식과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하는 고급 음식 문화가 함께 발달한 것. 이 또한 통영만이 지닌 특색이라 할 수 있겠지요.단순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격식이 있고 고급화된 음식도 많습니다.물론입니다. 많은 조리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쉽고 빠른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나물비빔밥도 그렇고, 단순해 보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제법 있어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오롯이 즐기는 한편 다양하고 창조적인 조리법에도 자유로웠던 겁니다.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삼도수군통제영의 문화, 물류 중심으로서의 자본이 만나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던 겁니다. 생선이나 해산물 역시 어떻게 손질하고 삶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천지 차이니까요.통영 음식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단순히 전통이라거나 혹은 향토 음식이라고 치부하다 보면 과거에 머물게 됩니다. 보다 다양한 맛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고요. 통영 음식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계속 계승〮발전해가고 있습니다. 같은 식재료라도 전혀 새로운 조리법이 탄생할 수도 있고 혹은 전통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요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건 과거에 통영이 다양한 선진 문화를 받아들여 현지화시킨 것처럼 통영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발전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이야말로 박물관이 아니라 ‘오늘’의 식탁 위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니까요.
연구
인물
전통 음식 연구가, 통영 거주
이명금
전통 음식 연구가, 통영 거주이명금Traditional Food Researcher & Local Resident10여 년간 사찰 음식을 비롯한 전통 음식을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영만의 식문화 특색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사찰 음식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신채란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일컫는데 파와 마늘, 달래와 부추, 흥거를 말합니다. 사찰에서는 이를 대신해 향채로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우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방앗잎이지요. 신기하게도 통영 식문화와 연결되는 지점이에요. 특히 통영 음식은 갖은양념을 더하기보다 홍합이나 조갯살 등의 천연 조미료를 이용하고 되도록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사찰 음식과 통영 음식 모두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할까요? 어린 시절, 으레 먹던 멸치 간장(어간장)이 지금에 와서 보니 재료 본연의 감칠맛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셈이었어요. 다양하고 질 좋은 해산물이 통영의 자랑이지만 그 맛을 ‘제대로’ 즐기고자 한 통영의 식문화야말로 진정한 ‘미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국이나 나물을 무칠 때에도 어간장(멸치 간장)과 다진 홍합을 넣으시더라고요.일종의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하는 거죠. 통영에서는 예로부터 어간장을 많이 사용했는데 일반 간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달착지근한 맛이 납니다. 통영에서는 멸치가 많이 나는데, 생으로 즐기기도 하고 멸치 쌈밥을 해 먹기도 합니다. 멸치젓갈은 흔한 반찬 중 하나인데, 멸치젓이 어느 정도 삭으면 청양고추,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밥과 함께 먹고, 남은 진액은 김치를 담글 때 넣거나 액젓으로 쓰지요. 그리고 그 찌꺼기에 소금을 넣어 다려 만드는 게 멸치 간장, 지금으로 치면 어간장이고요. 멸치의 단백질이 발효되면서 자연히 감칠맛이 더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소금(나트륨)이 아래에 깔려 염도와는 무관하면서도 은근히 달달한 짠맛이 완성되는 거지요. 통영에서는 고추장을 담글 때에도 메주 대신 간장을 사용했는데, 색깔은 검지만 천천히 발효되고 부패도 되지 않아 유용했답니다. 더운 지방이니만큼 맛과 관리라는 두 가지 측면을 두루 만족시켰던 거지요. 익고 묵고 발효하는 속에서 특유의 감칠맛도 살아났고요. 홍합도 만능 양념입니다. 잘게 다져 나물에 무쳐도 좋고, 특유의 주황색이 식욕을 돋우기도 하고요. 통영은 바닷가 마을이라 술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데, 홍합에 함유된 타우린이 숙취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줘 여러모로 기특한 식재료인 셈입니다.방아전도 그렇고 통영 음식에 된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더라고요.통영에서는 예로부터 된장을 많이 사용했어요. 토속 음식인 시락국도 된장을 기본으로 끓이지요. 지금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된장은 특히 마른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가 탁월하답니다. 통영은 수산물 집산지이다 보니 워낙 많은 수산물이 잡히는 데다 그걸 다 소화할 수 없어 오래전부터 생선을 말려 한참 동안 즐겨 먹는 문화가 발달한 건데요. 이렇게 말린 생선을 찔 때 된장 푼 물을 사용했답니다. 은은하게 밴 된장 향은 비린내를 잡아주는 동시에 감칠맛을 끌어올려주지요. 그냥 물에 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한마디로 ‘입에 착 달라붙는’ 생선 본연의 맛을 배가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뚝딱 만들 수 있는 벼락김치도 인상적인데요.벼락김치는 채소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조리하는데, 호방하고 진취적인 통영 문화를 닮아 있지요. 김장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통영에서는 오래 익혀 먹기보다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즐기거나 익혀도 2~3일 내에 가장 맛있을 때 먹는 게 익숙하니까요. 그때그때 나는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열무와 고구마 줄기예요. 고구마 줄기도 붉은 순과 푸른 순을 다르게 조리하는데 일반적으로 푸른 건 데쳐서 나물로 먹고, 붉은 건 김치로 담가 먹어요. 소금간을 하지 않아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로 살리고 어간장으로 간을 맞추지요. 되도록 양파 같은 부재료도 넣지 않아요. 다른 재료로 단맛을 더하기보다 식재료 자체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거지요. 통영 땅에서 자란 구황 작물은 유독 단맛이 높아 사실 별도의 양념이 필요하지 않답니다.최근 전통 음식이라 여겨지던 빼떼기죽이나 청각 등이 건강식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어릴 적부터 빼떼기죽을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전분이 많아 식어도 흘러내리지 않아서 도시락으로 싸 갈 정도였으니까요. 청각도 마찬가지지요.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식재료로 홍합과 함께 뚝딱 무쳐내면 나물이 되기도 하고, 얼음물을 부으면 냉국이 되기도 했답니다. 제게는 익숙한 식재료지만 어느 순간 통영의 이채로운 먹거리로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니 저로서는 반가운 마음이에요.전통 음식은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그 안에 숨어 있습니다. 현대적인 조리법을 더해 새롭게 응용해볼 여지도 생기고요. 중요한 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조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만큼 요리를 천천히 음미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역시 사찰 음식과도 통하는 부분인데,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말해주니까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즐기는 것. 곱씹어보면 바로 이것이 통영의 식문화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연구
인물
향긋한 바다의 맛
멍게비빔밥
향긋한 바다의 맛멍게비빔밥Sea Squirt Bibimbap통영은 우리나라 총 멍게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멍게 집산지다. 보통 멍게는 생물 그대로를 즐기지만 밥과 함께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통영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 달고 향긋한 멍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간을 심심하게 하는 게 포인트다.멍게는 돌기를 자르고 내장을 제거한 후 살만 발라내 채 썬다. 여기에 합자젓국, 어간장(멸치 간장), 참기름, 깨, 다진 마늘과 생강, 풋마늘을 넣어 무친다. 합자젓국을 넣어 약간 되직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살짝 두른 후 양념한 멍게(황)를 올리고 새싹(백), 생김(흑), 무순(청), 해초(적)를 곁들여 오방색으로 완성한다. 조미 김을 사용하면 맛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으니 되도록 생김을 쓴다. 멍게비빔밥에 넣는 고명과 양념은 지역과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거제에서는 손질한 멍게에 굵은소금을 뿌리고 양념해 이틀 정도 숙성시킨 멍게젓갈을 사용하기도 한다.Plus. 합자젓국합자젓국은 자연산 홍합을 삶은 국물을 진하게 졸인 액체를 말한다. 예로부터 통영에서는 알이 가장 실한 홍합을 5개씩 꼬치에 꿰어 말려 오가재비를 만들었는데, 이때 홍합을 삶은 국물을 조리고 조려 합자젓국을 만든다. 특유의 감칠맛과 훈제 향이 나 남해안 일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천연 조미료로 국이나 찌개,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예전에는 통영을 비롯해 매물도, 갈도, 욕지도 등 인근 섬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합자젓국을 만드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멍게가’의 레시피입니다.
연구
레시피
쫄깃하고 상큼하게
멸치회무침
쫄깃하고 상큼하게멸치회무침Spicy Anchovy Salad통영은 국내산 마른 멸치의 60% 이상이 유통될 만큼 멸치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온화한 기후와 잔잔한 바다 덕분에 장어 통발과 굴 양식으로 유명하지만 한산도와 비진도, 용초도, 욕지도를 중심으로 한 멸치잡이도 활발하다. 통영 멸치는 청정 바다에서 잡은 만큼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고소할뿐더러 빛깔 또한 으뜸이다. 특히 봄철 남해 앞바다에서 잡은 멸치는 기름기가 제대로 올라 씹을수록 고소하다. 무엇보다 회로 먹는 굵은 봄 멸치는 싱싱한 상태로 유통하기 쉽지 않아 바다를 끼고 있는 통영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별미.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해 밑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생멸치를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기만 하면 될 것처럼 보여도 멸치회무침을 맛있게 만들기는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멸치는 살이 워낙 무른 데다 비린내가 강해 식감을 살리면서 비린내를 잡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비법 재료가 바로 막걸리다. 흔히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청주를 쓰는 것처럼 통영에서는 멸치 비린내를 막걸리로 잡는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멸치를 손질해 맑은 막걸리에 헹구면 막걸리 속 초산이 육질을 쫄깃하게 만든다. 여기에 살이 무르지 않게 조심스럽게 베 보자기에 꼭 짜는 과정을 거친 후 쑥갓이나 미나리, 부추, 양파에 초고추장(고추장, 식초, 설탕, 다진 파ㆍ마늘, 통깨)을 넣어 무치면 맛있는 멸치회무침이 완성된다.* ‘멍게가’의 레시피입니다.
연구
레시피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
청각냉국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청각냉국Sea Staghorn Cold Soup사슴 뿔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청각은 수심 1~20m의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해조류다. 검푸른 빛깔에 맛이라고 해봐야 ‘담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하지만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피를 맑게 해주어 최근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통영에서는 예로부터 즐겨 먹던 식재료 중 하나인데 서호시장이나 중앙시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청각 요리의 특징은 무엇보다 홍합과 궁합이 탁월하다는 것. 자칫 맛과 향이 밋밋할 수 있는 청각에 홍합의 깊은 맛이 더해져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청각은 끓는 물에 초록빛이 나올 정도로 살짝 데친 후 주물러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어간장(멸치 간장), 설탕, 깨소금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바로 무쳐 먹기도 하지만 통영에서는 살짝 볶아 먹는다. 프라이팬에 잘게 다진 홍합을 넣고 볶다가 청각을 넣고 홍합의 맛이 잘 배도록 섞는다. 홍합에서 수분이 나와 따로 기름을 두를 필요는 없다. 여기에 양념을 넣어 무치면 무침이 되고, 얼음물을 넣으면 여름철 별미인 냉국으로 즐길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식초를 곁들이기도 하지만 산 성분이 청각을 검게 변색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재료: 청각, 홍합, 홍고추, 다진 마늘, 어간장(멸치 간장), 들기름, 조선간장, 통깨① 청각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짠다.② 홍합은 잘게 다진다.③ 프라이팬에 다진 홍합을 볶다가 어간장, 조선간장을 조금 넣어 간한다.④ ①을 그릇에 담고 ③을 곁들인다.⑤ ④에 얼음물을 붓고 홍고추와 통깨를 올려 마무리한다.* 이명금 씨의 레시피입니다.
연구
레시피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
박나물무침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박나물무침Seasoned Gourd Greens Seaweed박은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만 즐길 수 있는 식재료다. 박을 잘라 씨를 발라내고 속살만 긁어내 요리에 사용하는데 보통 나물로 무쳐 먹거나 나박나박 썰어 국을 끓이면 무 못지않게 시원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박 요리의 특징은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 조갯살이나 홍합을 곁들이면 심심한 듯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박나물무침을 하려면 먼저 박을 손질해야 한다. 박은 껍질을 까고 속을 숟가락으로 파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다진 홍합이나 바지락, 우럭 등 다양한 조갯살을 넣어 볶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박을 넣고 야들야들하게 익힌다. 멸치로 만든 어간장으로 간을 하고 통깨를 살짝 뿌려 낸다.재료: 박, 홍·청고추 적당량, 다양한 조갯살(바지락, 우럭), 어간장(멸치 간장), 들기름, 통깨 조금① 박은 껍질을 까고 속을 파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② 다진 홍합이나 바지락, 우럭 등 조갯살은 잘게 썰어놓는다.③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②를 넣어 볶는다.④ ③이 어느 정도 익으면 손질해둔 박을 넣고 함께 볶는다.⑤ 어간장으로 모자란 간을 하고 기호에 따라 통깨를 살짝 뿌린다.* 이명금 씨의 레시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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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
방아전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방아전Banga Vegetables Pancake방앗잎은 통영 토박이들의 소울 푸드다. 정식 명칭은 ‘배초향’으로 독특한 향이 나는 토종 허브. 생김새는 깻잎과 비슷한데 코끝을 자극하는 매콤하면서도 강렬한 향으로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통영의 여느 집 둘레나 텃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예로부터 다양한 음식에 두루 사용해왔다. 봄부터 여름까지 부드러운 잎을 뜯어 나물로 즐기거나 부침개를 해 먹기도 하고, 회를 먹을 때나 상추 쌈에 하나씩 곁들이면 잃었던 식욕을 되살려준다. 특히 비린내나 누린내를 잡는 데 탁월해 생선찌개나 탕류, 해물 요리 등에 곁들이면 좋다. 장어탕, 추어탕 등을 즐길 때 잘게 손질한 방앗잎이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르는 이유다. 방아의 독특한 향은 해충제 역할도 한다.방앗잎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어낸 뒤 가늘게 썰고 청∙홍고추는 잘게 다진다. 방앗잎, 다진 고추, 된장을 고루 섞은 뒤 밀가루에 전분을 조금 넣고 반죽한다. 이때 제철 홍합을 다져 곁들이기도 한다.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려 노릇하게 구워내면 완성. 최대한 반죽을 얇게 펴 부치는 게 포인트로, 홍고추는 마지막에 듬성듬성 올려야 보기게 좋다.재료: 방앗잎, 홍합, 홍·청고추 적당량, 부추, 양파, 밀가루, 전분, 들기름 조금① 양파와 청·홍고추, 부추는 깨끗이 씻어 다진다.② 홍합과 방앗잎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썬다.③ ①, ②에 밀가루, 전분을 넣고 된장을 더해 반죽한다.④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려 노릇하게 부친다. 홍고추는 듬성듬성 올려야 보기 좋다. 이때 최대한 반죽을 얇게 펴 부쳐야 더욱 맛있다. * 이명금 씨의 레시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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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
빼떼기죽
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빼떼기죽Ppaettegi(dried strip of sweet potato) Porridge빼떼기란 경상도 지역에서 절간 고구마를 일컫는 것으로, 얇게 썰어 말린 고구마를 말한다. 저장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고구마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생각해낸 건조 저장법이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던 겨울철, 통영에서는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볕에 말린 후 간식으로 먹거나 죽을 쑤어 먹었다.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를 말려 겨우내 허기를 달랜 것인데, 지금도 꾸미지 않은 그 맛 그대로 입맛을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는 당도가 높은 고구마 덕분으로 통영 인근에 있는 가장 큰 섬인 욕지도에서 나는 고구마는 지금도 다른 지방 고구마에 비해 비싸게 거래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욕지도 고구마는 경사진 언덕에 심어 물 빠짐이 좋을 뿐 아니라 풍부한 일조량과 함께 적당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여느 고구마에 비해 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밤처럼 달면서도 촉촉한 맛이 일품. 특히 욕지도를 비롯해 통영은 농사의 역사가 길지 않은 덕에 땅이 산성화되지 않아 고구마는 물론 다양한 작물이 토양의 영양분(미생물)을 오롯이 빨아들여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다. 빼떼기죽은 마른 고구마의 당도를 유지하면서 살을 무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빼떼기와 2배 정도 물을 넉넉히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빼떼기가 부드럽게 삶아지면 나무 주걱으로 으깨거나 믹서에 곱게 간 후 냄비에 옮겨 붓는다. 여기에 찹쌀가루를 넣어 저어가면서 익힌다. 예전에는 빼떼기만 넣어 먹었지만 요즘은 불린 콩이나 팥, 조 등을 빼떼기와 함께 익혀 더욱 달콤하고 고소하게 즐기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기에 수제비를 떠 넣어 배를 불리기도 했다. 기호에 따라 소금이나 설탕으로 간을 하기도 하지만, 식으면 단맛이 훨씬 강해지므로 별다른 간을 하지 않고 달콤한 고구마의 참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재료: 빼떼기, 불린 콩•팥•조, 찹쌀가루, 설탕 약간, 수제비 반죽(밀가루)①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불린 빼떼기를 넣고 2배 정도 물을 넉넉히 부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② 빼떼기가 부드럽게 삶아지면 나무 주걱으로 으깨거나 믹서에 곱게 간 후 냄비에 옮겨 붓는다. 여기에 찹쌀가루를 넣고 저어가면서 익힌다.③ 밀가루를 개어 수제비 반죽을 만들어놓고, ②가 끓을 때 불린 콩이나 팥, 조 등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④ 위 세 번째 단계 후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수제비 반죽을 떠 넣는다.⑤ 고구마 본연의 단맛으로도 충분히 달콤하지만 기호에 따라 설탕을 약간 첨가해도 된다. * 이명금 씨의 레시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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